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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시기를 지나면서 느낀 것들

by 멘탈트레이너 2026. 5. 23.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 시기가 오는 것 같다. 딱히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모든 게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기. 해야 할 일은 분명 쌓여 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고, 사람 연락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고, 잠깐 의욕이 떨어진 정도라고 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상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하루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더 강해졌다.

가장 힘들었던 건 스스로를 이해가 안됐다. 예전에는 계획 세우는 것도 좋아했고, 뭔가를 꾸준히 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작은 일 하나도 시작하기 어려워졌다. 그럴수록 자꾸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됐다. 왜 이렇게 게을러졌는지, 왜 의욕이 없는 건지 계속 자책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지쳐 있었고, 오랫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드러난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꽤 많이 느끼게 됐다.

 

 

 

 

1.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쌓인 피로였다

그 때의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하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특별히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 역시도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요즘 좀 지친 것 같다고만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너무 버거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오늘도 또 시작이네”였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하던 일들도 하나하나 억지로 해야 했고, 작은 일에도 쉽게 피곤해졌다.

특히 기억나는 건 쉬는 날이었다.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했던 것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쉬는 날이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뭔가를 할 에너지도 없었다. 결국 하루 종일 휴대폰만 보다 끝나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쉬어도 전혀 회복되는 느낌이 없었다는 거다.

그때는 계속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정신 차려야 하는데”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그런데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할수록 더 지치는 느낌이었다. 몸은 이미 쉬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계속 의지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감정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오래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올라온 상태였다는 걸. 몸도 마음도 이미 지쳐 있었는데, 나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특히 계속 바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이런 상태를 더 늦게 알아차리는 것 같다. 원래 참고 버티는 데 익숙하다 보니, 피곤함이 기본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 의욕도 남지 않는 상태까지 가게 된다.

그 시기를 지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사람은 생각보다 오래 무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괜찮은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버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중에 더 크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2. 억지로 괜찮은 척할수록 더 지쳐갔다

무기력했던 시기에 내가 가장 많이 했던 행동은 ‘괜찮은 척’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괜히 힘든 티를 내면 나약해 보일 것 같기도 했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웃고, 해야 할 일도 어떻게든 해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혼자 있을 때 더 크게 무너졌다는 거다. 집에 돌아오면 아무 말도 하기 싫고, 그냥 멍하게 누워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특히 그 시기에는 작은 일에도 쉽게 지쳤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연락 하나, 약속 하나도 이상하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사람을 싫어하게 된 건 아닌데, 누군가와 대화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문제는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도 점점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나는 왜 이럴까”,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같은 생각이 계속 반복됐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가 답답했고, 그럴수록 더 자책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정말 지쳐 있었다. 단순히 의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이미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였다. 그런데도 계속 괜찮은 척하면서 버티려고만 했으니 회복이 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건, 내 상태를 인정하면서부터였다. “지금 내가 많이 지쳐 있구나”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예전처럼 무조건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일단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 이후로는 억지로 계획을 세우기보다 아주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침에 산책 10분 하기, 밥 제시간에 먹기, 일찍 잠들기 같은 정말 사소한 것들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을 행동들이었는데, 그때는 그런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꽤 중요했다.

결국 사람은 계속 긴장 상태로만 살 수 없다는 걸 느꼈다. 쉬지 못한 감정은 결국 언젠가 한꺼번에 터진다. 그리고 그 시기가 오면, 억지로 버티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건 회복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이었다.

 

3. 지나고 나서야 ‘잘 쉬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예전의 나는 쉬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 쉬고 있어도 계속 해야 할 일이 떠올랐고, 가만히 있으면 괜히 불안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조차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상을 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을 찾았고, 책을 읽어도 뭔가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시기를 지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람은 계속 달리기만 하면 결국 멈추게 된다는 걸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에서는 단순히 잠만 잔다고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는 일부러라도 생활 속 속도를 조금 늦추려고 했다. 예전처럼 하루를 빡빡하게 채우기보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도 남겨두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런 시간이 굉장히 어색했다.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쉬는 시간을 제대로 가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상태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덜 버거워졌고, 예전보다 감정 기복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조금씩 사라졌다.

예전에는 쉬는 걸 게으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잘 쉬는 것도 중요한 자기관리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무리하면서 버티는 건 오래 갈 수 없는 방식이었다. 잠깐은 가능할지 몰라도 결국 몸과 마음 둘 다 지치게 된다.

그리고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조금만 늘어져도 스스로를 몰아붙였는데, 이제는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물론 아직도 완전히 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무조건 참고 버티는 방식은 하지 않게 됐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그 시기는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계속 달리기만 하던 삶에서 잠깐 멈춰 서서, 내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보게 됐다.

지금도 가끔 이유 없이 무기력한 날이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걸 무조건 게으름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사람이 지칠 수도 있고, 잠시 멈춰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다시 회복할 힘도 생긴다는 걸, 그 시기를 지나면서 배우게 됐다.